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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여다보기] '원전용 증기발생기' 제작에서 출하까지

부품 2만개, 1기당 제작기간 무려 3년5개월

기사입력 : 2011-09-20 01:00:00
도색을 마친 신고리원전용 증기발생기 4호기를 특수운반차량(멀티로더)을 이용해 사내 부두로 옮기고 있다./두산중공업 제공/

두산중공업 원자력 1공장 4베이 증기발생기 7기 조립 공정 모습.


원자력발전소의 핵심은 원자로다. 하지만 원자로보다 크기가 더 크면서 가격도 비싼 증기발생기도 원자로와 함께 원자력발전소의 핵심 설비이지만 상대적으로 덜 주목을 받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지난달 말 1400MW급 신형원전인 신고리 3, 4호기에 들어가는 증기발생기 마지막분 2기를 차례로 출하했다. 이를 계기로 증기발생기의 제작부터 출하까지의 과정을 알아보았다.


▲증기발생기의 기능과 제원

증기발생기는 원자로에서 우라늄이 핵분열할 때 발생하는 열에너지로 물을 끓여 증기를 만드는 기기다. 이 증기를 이용해서 터빈을 돌려 최종 발전기에서 전기를 만든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에는 이 증기발생기가 없다. 후쿠시마 원전은 원자로 내부의 물을 직접 끓여서 곧바로 터빈을 돌리는 구조이지만, 한국형 원전은 원자로에서 끓여진 물(방사능에 오염된 물)과 완전 격리된 2차측 물을 간접적으로 끓여 나온 증기로 터빈을 돌리는데, 이 2차측 물을 끓이는 기기가 바로 증기발생기다.

우리나라 원전이 후쿠시마 원전보다 상대적으로 더 안전하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한국형 원전은 원자로 1기에 증기발생기 2대가 설치되어 2개의 루프(Two Loop)를 구성하게 된다. 신고리 3, 4호기용 증기발생기는 각각의 무게 781t, 높이 23m, 직경 6m로 원자로보다 높이는 10m, 무게는 250t정도가 더 나가는 대형 제품이다. 이 제품에 들어가는 부품수는 약 2만개나 된다고 한다.

증기발생기 1기당 가격은 자재가격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으나 수백억원(영업비밀이라 정확한 가격 공개 불가)에 달한다.


▲제작 과정은

증기발생기는 하나의 몸체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총 9개의 쇳덩어리를 용접해서 하나로 붙인 것이다.

각각의 쇳덩어리는 제일 먼저 주조공장에서 만들어진다. 두산중공업 주조공장에서는 쇠를 녹여 증기발생기의 기본 몸체(강괴)를 만든다. 이어 세계에서 가장 큰 1만3000t 프레스로 옮겨져 형상을 만들고 소재의 조직을 치밀하고 단단하게 만든 후 터빈공장으로 옮겨진다. 터빈공장에서 투박한 표면을 아주 정밀하게 가공해 만들어진 9개의 쇳덩이는 다시 원자력공장으로 모여져 용접작업을 통해 하나의 증기발생기로 만들어진다.

내부(Internal) 작업공정까지 포함해서 1기의 증기발생기가 최초의 소재에서부터 완제품까지 제작하는 데 걸리는 기간은 무려 3년5개월. 투입되는 인력은 연간 1500명으로, 1기가 만들어지기까지 총 6000명이 투입된다는 말이다. 매 공정마다 검사도 이뤄지는데, 3년5개월 동안 얼핏 잡아 2000~3000번 정도라고 한다.

지난달 출하된 3, 4호기의 경우 2008년 제작에 들어가 완성한 것이다. 두산중공업 창원공장은 연간 5Unit(원자로 5대, 증기발생기 10대)를 완성해 출하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증기발생기 내부에는 뭐가 들어 있을까?

증기발생기의 겉은 투박하게 생겼어도 내부는 아주 정밀한 부품들이 가득 들어 있다.

증기발생기에는 크고 작은 부품이 약 2만개 들어가는데, 가장 많이 들어가는 부품은 전열관(U-tube)으로 1기당 1만3102개가 들어간다고 한다. 전열관은 원자로와 격리되어 있는 깨끗한 물을 끓여서 증기를 만드는 역할을 한다. 쉽게 말해서 원자로의 뜨거운 물에서 발생하는 열을 깨끗한 물로 전달하는 것이다.

또다른 부품으로는 세퍼레이터 (Seperator)가 있는데, 이 부품은 물을 끓일 때 발생하는 수증기에서 수분과 증기를 분리하는 역할을 한다.

바네(Vane)라는 부품은 원자로와 격리된 2차측의 깨끗한 물에서 발생한 증기를 순도가 높은 증기(99.75%의 건조도)로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한다. 분리된 수분은 제거하고 순도 높은 증기만 터빈에 공급하게 된다.


▲출하는 어떻게

최종검사까지 마친 완성된 원자로나 증기발생기는 덩치가 크고 무거운 만큼 출하 과정도 아주 조심스럽게 이뤄진다. 대개 선적을 위해 2~3일 전부터 준비를 한다.

먼저, 증기발생기를 원자력공장 내 대형 천장크레인을 통해 사뿐히 들어올린다. 이 크레인은 최대 1000t까지 들어올릴 수 있다.

들어올려진 증기발생기는 100개가량의 바퀴가 달린 멀티로더라는 운반용 특수차량에 실려 회사 전용 도장작업장으로 이동해 예쁘게 도색하고, 다시 아주 느린 속도로 사내 부두로 옮겨진다. 그렇게 옮겨진 증기발생기는 물때에 맞춰 접안된 5000t 규모의 바지선에 실려 현지로 운반된다.

지난달 출하된 증기발생기의 경우 바닷길로 하루를 꼬박 달려 울산시 울주군 신고리 건설현장에 도착해 여러 가지 검사를 거쳐 원자로 격납 건물에 장착하게 된다.

원자력생산관리팀 김태성 차장은 “품질과 납기는 생명이라는 생각으로 혼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두산중공업이 만든 제품이 우리나라 전력 수급에 기여하고, 또한 세계 곳곳으로 수출돼 대한민국의 기술을 알리고 있다는 사명감으로 항상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정명기자 jmhong@knnews.co.kr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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